이야기/후기

슈퍼소닉, 씨티브레이크, 나의 여름휴가.

노리. 2013. 8. 19. 01:12

_ 슈퍼소닉과 씨티브레이크 모두를 예매하면서 나의 여름휴가는 자연스럽게 결정이 되었다. 두 페스티벌의 티켓값과 부대 비용을 합하자면 그 기간동안 제주도 가서 노닐다 오는것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ㅋㅋ 뭐 그만큼의 가치는 충분하니까. 심지어 오기만 하신다면 열일 제끼고 달려가고도 남을 나의 뮤즈와 메탈리카가 시티브레이크에 나란히 헤드라이너로 양일 출현하신단다. 어머 이건 꼭 가야해 -_-*


_ 내가 처음 락페에 출근하기 시작한게 2006년 제 1회 펜타포트때부터니 세월이 오래긴 했다 ㅎㅎ 그 때부터 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확실히 기반시설이 확보된 위에서 진행되는 락페가 쾌적하고 좋다는 것.. 정도? 말하자면 올림픽공원에서 진행한 슈퍼소닉이나 잠실 주경기장을 주축으로 그 인근에서 진행한 씨티브레이크나 모두 시설면에서는 만족스러웠다는 얘기지.


_ 슈퍼소닉에서는... 첫날 좀 일찍 가서 이스턴사이드킥 사인회 티켓을 받은 것은 매우 만족스러웠으나 아무 생각 없이 투도어 사인회 티켓을 받을 기회를 날린 것은 매우 등신같은 짓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ㅋㅋㅋ G님... 우리 두고두고 후회합시다 ㅠㅠ


_ 딕펑스때문에 펜스를 잡으러 갈까말까 하다가 버리고 그냥 편안하게 이사킥보고 딕펑스 보고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돌아다닌 것도 매우 만족. 빠순질도 적당히 해야한다는 것은 벌써 3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후회하고 있는 부산락페 행으로 충분히, 처절히 깨달았다. 놀러 온 락페에서는 놀아야 제맛이다. 빠순질하러 가는 길에 빠순질을 해야지 이도저도 아니게 구는 것은 이도저도 아닌 결과만 가져온다. 락페에 갔으니 락페답게 뒤에서 캠찍고 놀면서 즐겼으니 그걸로 되었지 ㅎㅎ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신나게 공연 잘 하는 모습을 보니 것도 나름 뿌듯하고요? ㅎㅎ 


_ 근데... 뭐 잘 나갈때 몰아쳐야겠지만, 매주 클럽 공연에 오르면서도 잃지 않았던 생기가 무대에서 많이 사그라진 것 같아서 좀 아쉽고 안타깝다. 그냥 내 기분탓이겠지. 하긴 뭐 체력에는 끝이 없을 것 같던 나도 7월 말부터 죽음의 스케줄을 소화하다보니 낮잠을 네시간씩 퍼져자고 있고 이런 마당인데 걔네들이라고 뭔 용가리 통뼈겠어 ㅎㅎㅎ


_ 아무 생각 없이 보러갔던 투도어시네마클럽 공연 너무 좋아서 정말 놀랐다. 새삼스레 팬이 되어버림. 으워.


_ 펫샵은... 2010년 지산에서 아무 생각없이;;; 영접하고 입을 떡 벌렸던 그대로의 포스. 음악과 패션과 영상과 안무와... 모든것이 어우러진 종합예술과도 같은 그들의 무대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힘들다고 좌석에 앉아서 깔짝거리다가 기어이 플로어로 뛰어내려가 한시간여를 머리풀고 미친듯이 뛰어논 건 안비밀. 음악은 정말 위대하다. 그리고, 그 오랜세월 자신들의 음악을 쌓아올려 여기까지 달려온 형님들도 정말 위대하다. 다음에 또 놀러와주세요 한국. 정말 멋있었어요.


_ 슈소 둘째날도 역시 니나노타임. 느지막히 기어가서 아지아틱스부터 본격적인 관람. 아지아틱스 정말 좋더라. 캠으로 찍은 영상은 나중에 풀겠지만.. 아 일단 상투틀고도 잘생긴 보컬오빠 매우 내취향이에요. 난중에 공연하면 보러갈께요 ㅎㅎ


_ 지풍화. 말이 필요한가요 -_-* 어머 할배들 진짜 미친듯이 놀았네요 덕분에 ㅎㅎㅎㅎㅎ 전날도 내내 뛰면서 정신없이 놀았는데 이날도 정줄놓고 뛰어노는 바람에 L양에게 구박받음. 작작 뛰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_ 그러거나 말거나 DJ DOC때 대동단결하여 또 머리풀고 뛰어제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니 놀 수가 있어야지요. 매년 보는 공연이지만 그래도 새록새록 즐겁다. 올 연말 단공에도 꼭 출석할께요 업빠들. 아힝. ㅋㅋㅋㅋ


_ 존레전드. 아오 어빠 섹시해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캠코더 가져간 건 신의 한수. 느낀건데... 투도어도 그렇고 존레전드도 그렇고, 핸드볼경기장에서 진행된 공연들이 좀 더 관객들의 몰입감이 좋지 않았나 싶다. 공간이 꽉 차는 느낌을 주니까 아무래도 정신이 분산되지도 않고... 좀 더 아티스트의 무대에 몰입할 수 있는 느낌?? 


_ 하여 조용필 공연 보러 넘어가서 머리풀고 놀다가 지상파 카메라에 떡하니 잡힌 건 안자랑. ....설마 이쁜 언니들 많은데 나따위를 내보내진 않겠지, 하는 것은 어찌보면 하나의 믿음;;


_ 펫샵도 그렇고 지풍화도 그렇고 조용필도 그렇고.... 어느 나이 이상의 세월을 쌓아가며 자신들의 세계를 구축하여 오래오래 음악하는 형님들이 주는 감동이란 정말 남다른 것이다. 그래서 레전드라는 말이 있는건가 싶고... 첫 음이 터져나오는 순간의 묵직한 포스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겠지.


_ 생각보다 굉장히 알차고 즐겁고 재미진 공연이어서 좋았던 슈소. 내년에도 무사히 치러지기를..


_ 그리고 대망의 씨티브레이크.


_ 편집적으로 보일정도로 철저하게 관리되는 페스티벌이었다. 쓰레기가 바닥에 굴러다니지도 않고, 동선도 굉장히 깔끔하니 편하고, 뭣보다 구석구석 배치된 각종 편의시설물과 장내 관리자들덕에 일반적인 락페에서의 무질서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매우 편하고 쾌적하기도 했고, 그래서 좀 재미가 덜하기도 했고.


_ 락페는, 락페스티벌에서는 일상의 나를 놓아두고 풀어져서 그 세계의 질서 안에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그래서 매력적이고, 그래서 자꾸 발걸음을 하게 된다. 단순히 공연을 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 문화를 즐기기 위해서 그 속에 뛰어드는 면이 있는건데- 지나치게 통제되고 관리되어서 좀, 정이 안가는 느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이라지만 그래서인지 되게 성격좋고 쿨하고 공부도 잘하는데 정 안가는 친구같은 느낌을 받았다.


_ 라인업도... 국내 밴드들과 해외 초청 밴드들의 시간대를 적절히 배치하고, 특히 국내 핫한 밴드들을 좀 더 끌어들여 서브헤드라인업을 더 알차게 꾸몄으면 어떨까 싶다. 펜타처럼 각 일자별로 분위기가 이어지게 배치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말하자면 이제는 존재 자체로 전설이 되어있는 이기팝과 신중현그룹이 이어지는 라인업을 구성했으면 흐름도 좋고 이어지는 느낌도 더 낫고 했을 것 같다는 생각? 장기하와 얼굴들과 김창완 밴드가 흐름을 이어 공연을 했으면 얼마나 맥락도 이어지고 좋았겠냐 하는거지. 물론 다른 락페와 겹쳐지면서 라인업을 촘촘히 구성할 수 없는 상황이긴 한데... 집착적으로 깔끔하게 이어진 행사 진행과 라인업이 매력은 상당히 떨어뜨려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_ 그래도 불러온 아티스트들의 무게감만큼은 여타 페스티벌을 압도. 10년만에 림프비즈킷을 다시 만났고, 내 생애 최초로 메탈리카를 영접했고, 정말 주먹물고 울면서 뮤즈를 또 다시 만나게 해주었다. 그 것만으로도 사실 티켓값은 충분히 했다고 여겨짐. 이에 대한 자세한 후기는 나중에 또 찌끄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정말로 그러함.


_ 아직도 림프비즈킷때 미친듯이 머리풀고 떼창했던 Smells like teen spirit의 여운이 남아있고, 욱일승천기 해프닝때문인지 애국가를 연주하고 온갖 귀요미질 애교질을 다 하고 간 매튜오빠의 후광이 내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고, 생각지도 못한 기타리프 떼창에 놀라서 무반주로 떼창시켜놓고 관객을 구경하고 앉아있던 ㅋㅋㅋ 메탈리카 형님들의 웃는 얼굴이 내 눈앞에 아른거린다. 아아. 아아. 죽겠네 ㅠㅠ


_ 일단은 나도 일상으로 돌아가야하니 이쯤에서 정리하고 자야지. 드디어 여름이 끝나다니, 뭔가 후련하면서도 섭섭하네.


_ 안녕 나의 여름. 안녕 뜨거운 페스티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