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후기

오래오래, 더 오래 음악해주세요 크라잉넛.

노리. 2013. 12. 14. 13:07

회심의 자리를 예매해놓고 부서 회식때문에 못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떨었던 공연이 어제의 크라잉넛 어쿠스틱 콘서트였다.

워낙 "어쿠스틱"이라는 컨셉으로 공연하는 일이 잘 없는 밴드여서, 정말 너무너무너무나 가고싶었는데 놓치게되나 걱정했는데... 결국은 갈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


그리고,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감상하고 돌아왔다.


말하자면... 그들은 아마도 이 씬의 역사일 것이다. "홍대의 인디씬"이란 것을 처음으로 알게 해준게 크라잉넛이었고, 교복입던 시절부터 가사 한마디 한마디 코드 하나하나로 영혼을 위로해주던 것이 크라잉넛이었다. 크라잉넛과 레이지본으로 알게되었던 클럽 공연을 지금까지 보고있고, 그 바닥의 음악을 지금까지 훑으며 감상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역사 그 자체가 아닐까. 나의, 혹은 그들의. 10대와 20대를 거쳐 30대가 된 지금도 그들의 음악은 이렇게나 생생하게 살아있다.


공연 시작 전에 스크린에 고등학교시절부터의 크라잉넛 사진들이 쭉 지나가는데, 참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오래오래도록 변한게 없구나 싶은게 뭉클하기도 했다. 군대 제대하면서 찍은 영상에서 전역신고하는데 그게 어찌나 새삼스럽던지. 군대에 친구와 동반입대가 가능하게 되던 시점에 크라잉넛 네명이 동시에 군악대로 입대했던게 기사화도 되고 했는데 그 영상에 군악대 시절 사진도 막 나오고 하니 새삼 재미있고 신기하드만. 이네들이 제대한게 2005년이라하니.. 세월이 빨리 흐르기도 했다. 허헣.


자신들이 하고자하는 음악을 이렇게 주관을 가지고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느정도의 기반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 자체로도 위대할손 크라잉넛 아니겠는가.

공연 중반에 어느 곡이었던가... 시작하기 전에, 캡틴락이 읊조리듯 했던 말이 마음에 많이 남았다. 오래오래 이렇게 이 친구들이랑 음악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할 수 있는 한. 죽을 때 까지. 그 특유의 웃는 얼굴을 하고 담담한 투로 건넨 그 한마디가 참 따뜻해서 좋았다. 밴드로서의 삶을 시작한 후배 밴드들이 참 귀감으로 삼을만한 모델일 것이다. 거의 유일하게, 밴드멤버 교체 없이 20년 가까이 무대를 지키고 있는 이 살아있는 신화들이야 말로.


사랑합니다 크라잉넛.






+ 골드러쉬.

공연을 보는데 계속 평소에는 해주지 않던 노래들을 줄줄이 들려주길래 살포시 희망을 얹었다. 붉은방, 혹은 골드러쉬. 다른 히트곡들이야 물론 말할 것도 없지만, 내 개인적으로 베스트로 꼽는 두 곡중 하나만 이자리에서 해주더라도 여한이 없겠다고.

아.... 근데, 캡틴락이 골드러쉬,라고 하는 순간 진짜 억하는 소리가. 진짜로 여한이 없다 ㅠㅠ 사랑합니다 오빠들 ㅠㅠ




+ 가사천재 박윤식

세상에 저 어려운 가사들을 하나도 더듬지도 않고 줄줄 다 부른다. 요즘 가장 좋아라하는 밴드 보컬님이 가사 ㅂㅂ라 그런지 ㅋㅋㅋㅋ 되게 당연한 일인데 되게 새삼스럽네 ㅎㅎㅎㅎㅎ "윤식이가 원래 암기과목에 강해서 학교다닐때 1등도 하고 그랬어요" 라면서 해맑게 웃는 캡틴락 귀엽 ㅋㅋㅋㅋㅋ

쌍둥이 엄마가 1등하면 리바이스 청바지 사준다고 해서 죽도록 공부해서 1등했다는 상혁옵. 옆에서 "난 3등했는데...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구시렁거리던 상면옵도 캐귀엽. 아 이 유부남 애아빠들 어쩔 ㅎㅎㅎㅎㅎ


+ 하나하나 다 주옥같은 명곡들이다

가사가 시다 시. 어쩜 저렇게... 하아 ㅠㅠ 예전에 경인방송인가, 정말정말 옛날에 크라잉넛이 2집 준비하던 시절에 인간극장같이 몇편에 걸친 다큐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작업하던 멤버들끼리 모여서 "너무 노래가 노래같아서 맘에 안들어"라고 했던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생각이 난다. 틀에 갇힌 뻔한 노래를 만들고싶지 않다는 의지가 꼭꼭 눌러담긴 그 한마디가 너무나 너무나 멋있는데, 정돈되고 세련되어질수록 더 많은 것을 담고있는 그들의 음악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 와중에 전곡을 다 따라부르고 앉았는 내가 신기... 요즘은 가사외우려고 일부러 가사지 들여다보는 일도 없는데, 각인이란 이런건가. 일년 사시사철 생각날때마다 귀에 꽂고있는 보람이 있었;;;


+ 상혁옵 닮은 상면옵 ㅋㅋㅋㅋ

상면씨 노래 잘한다고 칭찬하다 말고 "상혁이 많이 닮지 않았어요?"라면서 자기들끼리 막 웃는다 ㅋㅋㅋㅋ

그러더니, 지금은 머리스타일도 다르고 해서 구분가지 진짜 군대가서는 똑같이 머리 깎고 해놓으니 구분이 안갔다고. 진짜 헷갈렸단다. 그와중에 상면옵이 한마디. 군대시절에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보고 면도하고 있는데, 자기는 분명 거울보고 면도하는데 눈을 돌리니 자기가 저 구석에서 막 다른걸 하고 있더란다. 어우 진짜 이상했다며 ㅋㅋㅋㅋ 정말 암만 쌍둥이라지만 저렇게 닮기도 쉽지 않을 것이여 ㅎㅎ


+ 말달리자

를 17년인가 18년을 불렀단다. 족히 만번은 넘게 불렀을텐데....

.....아무리 보컬 아니라지만 자기가 작사작곡해놓고 가사틀리는 이상혁...은 멋쟁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코딩 얼른 다 돌아라.

담아놓고 두고두고 봐야지 ㅠㅠ

사랑합니다 크라잉넛 ㅠ0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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