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난번에 예매를 했었는데, 전날 과음으로 인하여 집에서 늘어져버린 덕에 꾸물거리다가 못가고 근처 사는 후배에게 표를 넘겼었다.

이번에도 집에서 꾸물거리다가 취소해야하나 들어가봤더니 인터넷 취소 가능시점이 지나버려서 그예 꾸역꾸역 기어나갔는데...

안보면 큰일날 뻔 했다. 이 좋은 영화를.





자신을 닮은 똑똑한 아들, 그리고 사랑스러운 아내와 함께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고 있는 성공한 비즈니스맨 료타는 어느 날 병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6년 간 키운 아들이 자신의 친자가 아니고 병원에서 바뀐 아이라는 것. 료타는 삶의 방식이 너무나도 다른 친자의 가족들을 만나고 자신과 아들의 관계를 돌아보면서 고민과 갈등에 빠지게 되는데…


병원에서 아이가 바뀐다,는 설정은 한국 드라마에서 막장의 요소로도 많이 쓰였고, 그런 가정을 하는 것을 종종 접하기도 했다. 실제로 나 또한 엄마가 같은 날 같은 병실에서 여자아이를 낳은 다른 산모가 엄마랑 이름까지 같아서 한동안 내가 바뀐건 아닐까 걱정을 했었다고 하니까. (어느정도 자라고 아부지랑 나란히 앉아 티비 보고있는 걸 보고 그 생각은 깨끗이 접었단다. 오죽 닮았어야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가 중요하다는 료타(후쿠야마 마사히로)의 말과는 달리 그 일이 일어났음으로 인하여 두 가족에게 일어나는 일은 너무나 현실적이고도 가슴이 아프다. 6년을 이미 자기 자식으로 키워온 아이들이다. 케이타는 료타의 아들로 얌전하게 외동아들로 사립학교에 입학하며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며 지내고 있고, 류세이는 전파사의 아들로 두 동생들과 함께 활발하게 자라났다. 두아이의 엄마는 각각의 아이를 자신의 아들들로 소중하게 길러왔고 그들의 미래를 그리며 하루하루 살아오고 있었는데, 그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야하는 상황이 된거다. 맙소사.


말이 6년이지, 아이들에게는 인생을 통째로 바꾸는 일대의 사건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보통 어른인 료타는 그에 대한 인지 이전에 "상황"에 빠져있다가 나중에야 깨닫는다. 누가 누구와 바뀌고, 그들의 인생을 정리하는 이전에 전제되어있는 그 무엇을.


케이타와 헤어지기 전,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케이타에게 "카메라 줄께"라고 하지만 케이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리고... 별똥별을 보고 "원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소원을 빌고는 이내 미안하다고 눈을 가리고 울어버리는 류세이의 옆에서 잠든 다음날 아침, 료타는 전날 찍은 사진을 확인하기 위해 그 카메라를 뒤적거리다가 뒤늦게 발견한다. 케이타가 찍어두었던 아빠의 모습을. "케이타의 아빠"인 자신의 모습을. 그 순간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한 것은 료타 뿐이 아니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참 담담하고 깨끗한 톤의 아주 좋은 영화였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나오기를 잘했다고 몇번이나 생각할 정도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실패가 없는 감독인 듯 하다. 같은 관에서 봤던 "어쩌면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을 다시 보고싶어졌다.


상상마당에서 영화를 보면 여러가지가 다 좋은데, 그 중 제일 마음에 드는게 엔딩 크레딧을 대하는 모두의 자세,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고 짐을 정리하면서 영화의 여운을 즐기며 크레딧을 감상하고 음악을 듣는다. 영화관의 불도 켜지지 않고 소리도 줄어들지 않는다.

내가 가진 영화에 대한 권리를 끝까지 다 차분하고 침착하게 누릴 수 있어서 매우, 행복했다.





그리고, 스포가 될지도 모르는 덧붙이는 감상.







이 장면은 보기만 해도 눈물이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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