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일기

유리멘탈리즘 ㅋㅋ

노리. 2014. 1. 23. 17:54

1. 아예 외부로 출근을 해서 오후까지 회의하다가 복귀했더니 하루가 다 갔다.... 어차피 야근할거, 좀 쉬자(라는 핑계로 논다 ㅇㅇ)


2. 어제 느지막히 집에 가던 길에 이리저리 폰을 헤집다가... FF에서 공연한 영상 스크린샷을 봤다. 그리고 무너진 마음. 아 뭔가.. 내가 못간 공연이라는 상실감이라기에는 좀 타격이 커서, 먹먹한 가슴까지 껴안고 우울하게 집에 들어왔더랬지.


3. 내가 못본 딕펑스야 수두룩하게 많다. 아무리 팬이라지만 모든 스케줄을 다 쫓아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건 내 인생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내 삶을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에서의 공연에만 참석하고 있다. 게다가 그 수많은 사람들 중 딱 30명만 뽑는 이벤트에 당당히 뽑힐거라고는 별로 생각지도 않아서 그다지 크게 아쉽지도 않았는데 실제로 그 무대에, FF에 선 모습을 손바닥만한 크기의 스크린샷으로 보자니 마음이 착잡한거다.

왜이러지, 했는데 고민고민 생각해보니 답은 하나. 


4. 큰 무대에서 넓게 헤집으며 공연하는 그들이 낯설었던 건 초반 얼마간 뿐이다. 1년이 넘게 그렇게 공연하는 그들을 보다가- 일상처럼 늘 공연하던 그 작은 클럽에, 요즘도 내가 내집처럼 드나들고 있고 구석구석 알고있으며 공기마저 익숙한 그 곳에 다시 선 모습을 보고 뜬금없이 추억에 강타당한거다. 빈 몸으로 흔들흔들 무대 옆에 대기하다가 꾸물꾸물 올라가서 세팅하던 모습이라던지, 그 좁은 무대에서 이리저리 오가면서 노래하고 연주하며 환호하고 웃던 모습이라던지... 조금 튀어나온 무대 앞에 올라서서 천장을 짚고서 잔뜩 땀을 흘리며 노래하던 김태현과, 부딪힐 것 같이 가까운 무대 위에서 신들린듯 베이스를 연주하며 때때로 미친듯이 웃어제끼며 그 자체를 즐기던 김재흥과, 모로 서서 멤버들을 끊임없이 훑으며 땀을 비오듯 흘리며 피아노를 두들겨 패던 김현우라던지, 더위에 약해서 혀를 빼물고는 드럼세트를 무너뜨릴 듯 스틱을 휘두르던 박가람이라던지.... 그 주변 길을 오가다가 우연히 마주치고도 눈을 피하고 모른척 지나치던 것, 공연 끝나고 바로 빠져나오다가 뜬금없이 멤버들 사이에 갇혀서 고개 푹 숙이고 꾸물꾸물 빠져나가던 것, 옆공연장에서 넘어오면서 공연 끝났을까봐 마음 졸이던 것 등등... 갑자기 FF에서 딕펑스 공연 보면서 겪었던 것들이 확 스쳐지나면서 그것들이 다시 경험하기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는게 가슴에 와닿으면서 상실감이 닥친거다. 어머나 세상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해도 절대 서운해하지 않을거라고 다짐했고, 그렇게 다져왔으니까 그런 순간은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진짜로 세상에.

...어쩌겠어. 나역시 흔해빠진 파슨 한마리인데, 감정의 동요야 어쩔 수 없는거였겠지.


5. 그런 면에서 어찌보면 다행인거다. 올림픽 홀에서 공연할 때 가운데 펜스를 잡고 좋다좋아 부르며 팔랑팔랑 뛰어다니는 태현이를 앞에두고 추하게 질질 울던게 난데, 그 적은 사람들 부비고 선 가운데서 정말 철철 울어버렸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참 끔찍스럽기도 하다.... 다른건 몰라도 나 FF 자주 간단 말이야. 거기 관계자님들한테 쪽팔려서 안대 -_-;;; 그리고 애들한테도 민망해서 안대. 웬 사연있는 여자도 아니고 클럽 한가운데 서서 그게 무슨 추한 꼴이야.


6. 그래서 롤링홀이 걱정. FF가 추억이 서려서 그렇다지만 롤링홀도 만만찮다. 내가 처음 딕펑스를 본 곳도 그 곳이고, 따지고보면 딕펑스 공연을 제일 많이 본 곳도 롤링홀이다. V홀에서 했던 공연들이 좀 행사성으로 가서 공연한 느낌이었다면 롤링홀은 안방.... 제발 내가 벽붙들고 쳐우는 일은 발생하지 않기를. 요즘 맘이 좀 많이 약해져있어서 어찌될란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7. 이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체조경기장의 점은 무슨. 울부짖지나 마라. 


8. 지난번 팬사인회때 애들에게 편지를 각각 써갔었는데, 현우에게 쓴 편지에 그렇게 썼었다. 혹시 홍대 공연하던 시절이 그립거나 하지는 않냐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서운하지는 않을거라고. 그냥 그렇게 더 큰 무대를 보고 더 앞을 내다보고 열심히 달려달라고, 추억을 곱씹고 청승떠는 건 내 몫으로 남겨달라고...... 그냥 말이 그런거였는데, 정말 그러고 있자니 진짜 찌질해서 봐줄 수가 없구나. 한참 감성에 빠져있다가 자고 일어나니 참... 나란인간, 엄청 센티멘탈한 인간이었다는걸 새삼 깨닫게 되네. 하하하;;;


9. 뭐 이런때도 있고 저런 때도 있는거지. 그렇다고 내껀데 아무도 못줘 옛날이 나았어!라고 우물에 갇혀서 미저리질하는 팬이 되고싶지는 않다. 얼마전 한 인터뷰에서 슈스케 나갈 즈음의 정체기가 제일 힘들었다고 했던데... 그 즈음의 그들을 보면서 같이 마음졸였던 입장에서 요즘은 정말 꿈같은 시간이 아닐 수는 없지 않은가. 가끔 찾아오는 이런 아련모드도 즐겨줘야 제맛이지. 그냥 뭐, 찌질한걸 인정만 하면 쉬운거야 ㅎㅎㅎㅎㅎ


10. 이번주 토요일 불후의 명곡 방송이구나. 진짜 슈퍼스타를 영접할 마음가짐만 기르면 되겠도다.





진심을 담아,

화이팅 딕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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