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후기

딕펑스에 대한 그간의 짤막한 후기들.

노리. 2014. 1. 28. 17:36

1. 롤링홀 19주년 기념공연. 딕펑스 돌아오다.


돌아왔지. 암. 돌아온게야. ㅋㅋ


G님과도 얘기했지만, 마지막 FB 공연에서 "한동안 저희 공연이 없을거라는 얘기가 돌던데 아니에요, 다시 돌아와서 열심히 음악하겠습니다."라고 했던 태현이 멘트가 많이 생각났다. 뭐 그 당시에도 "웃기지마 ㅋㅋㅋ"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진짜 웃기지 말라구. 너 이 공연 티켓팅이 얼마나 살벌했는지 아니? 랄까. ㅎㅎ

FF에서 했던 공연 영상 스샷만 보고도 뭔가 하트어택 와서 롤링홀 가면 짠한 마음에 울기라도 할까봐 걱정을 엄청했는데 걱정은 개뿔, 애들이 좀 때깔이 나아진 것 말고는 변한게 하나도 없다 ㅎㅎㅎ


그래도 걱정을 할 수 밖에 없었던게.. 내 기억에 제일 많이 찼던게 7번째 단공이었는데 그 때 300명정도 되었음에도 꽤 북적였었는데 600명이 다 차면 어떻게 눌릴지 감도 안오는데다가 만약 동교동 아트피플 공연때처럼 뒤에서 밀치기라도 하면 나는 그대로 압사...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서였다. 클럽공연이라고 그런 기억이 없을리가. 딕펑스 처음 영접했던 ROTR 공연에서 인간 소용돌이에 휩쓸려 죽을뻔 했던 기억이 있어서 정말 이를 악물고 갔는데, 생각보다 쾌적하고, 사람들이 밀지도 않고, 다들 어우러져 잘 노는 분위기라서 더더욱 좋았더랬지. 그 중 가장 좋았던 건 그 동안 수도없이 봤던 롤링홀에서의 딕펑스 공연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는 것.


가까이서 이렇게 관객들과 노는게 원체 오랜만이라 그런지, 아니면 홈그라운드로 돌아왔다는 심리적 안정감 덕분인지 신나게 공연하고 많이 웃고 엄청나게 떠들고 죽도록 틀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막귀라 사실 누가 어떻게 틀리고 이런거 잘 모르는데 진짜 소소하게 많이 틀리더라. 막 코드 나가고 음정 나가고 박자 흘리고 나중에 흥이 객석 뒤로 빠져서 아이갓츄 할때는 아예 합이 안맞아가지고 삐걱삐걱 ㅋㅋㅋㅋㅋ 아무리 틀려도 합이 나가는 경우는 처음봐서 놀라기도하고 당황하기도하고 웃기기도 하고 여튼 여러모로 재밌었네. 그러고나서 당장 무대로 불러올리는 애들도 재미지고요 ㅎ


이게 딕펑스의 힘이 아닌가 싶다. 정말 처음 봤을 때 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변하는게 없다. 아마도 그간 팀에 부침도 있었을테고 내적으로 갈등도 있었을테고 외적으로도 흔들렸을테고 많은 변화가 있었을텐데, 무대에서 관객을 대하는 순간만큼은 변하는게 없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버티고 서 있다는게 제일 멋지고 대단하다는 생각 뿐이다. 


.....한동안 클럽에서 보기는 힘들겠거니 하는 마음에 카메라에 캠에 양쪽으로 들고 법석을 떤 건 좀 쪽팔리지만 그냥 철판 함 깔자. 그래도 예전에는 용적이 그렇게 빡빡하지 않아서 두어줄 뒤에 카메라 세우고 숨어서 찍는게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직감으로 지른 패키지 티켓 덕에 자리도 앞으로 잡은데다가... 여튼 내 욕심을 버리기가 버거웠어. 카메라에 캠들고 쌩눈으로 공연 보면서 곁눈으로 액정 체크하고 그와중에 몸까지 흔들고 노는게 어디 쉬운줄 아니. 이게 다 그간의 덕질로 쌓은... 쿨럭;;;

말할수록 자승자박인 것 같으니 이쯤에서;;


+ 그나저나 롤링홀 티켓팅 일처리는 좀 개선해야하지 않나 싶다. 그렇게 티켓팅 속도가 느릴거면 티켓부스 오픈을 좀 일찍 하던가. 줄을 30분을 넘게 서서 기다려도 표를 못찾는 상황에서 일찍 오지 않았으니 니탓이라고 관객 탓을 해가며 입장순서 흐트려놓은 건 그닥 자랑이 아니지. 꼼꼼하게 확인하는거 좋은데, 그러려면 사람을 늘이던가 티켓팅 시간을 당기던가 둘 중 하나는 하자 쫌. 30분 줄서서 입장 시작 2분 전에 티켓 찾고 식은땀 엄청 흘렸다.


+ 그러고 줄서있는데 근처사는 후배에게서 전화.... 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 누나 거기 있냐며 롤링홀 앞에 사람 많아서 혹시나 해서 전화했더니 맨앞에 딱보인다며 꺄르르 웃는 넘에게 "꺼져!!!!" 한마디 남기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괜찮아. 나 덕후인거 다 아는데 뭐.... 그쯤이야... (또르르....)


+ 패키지티켓 되게 알차게 잘 써먹긴 했는데 내년에 20주년 공연할때 과연 이걸 또 풀지는 의문이다. 지네도 팔아놓고 운영하느라 엄청 신경쓰는 것 같던데. 근데 막날 패키지티켓하고 동시입장하면 뛰어서 알아서 자리잡으라는거냐며 엄청 따지던 1번 언니. 그냥 입장순서 1,2번 입장시킨다고 안뛰는거 아니잖아요. 불꽃 티켓팅으로 1번 잡은 노고 저도 알지만, 개런티받은 장점때문에 한번에 현금으로 공연 3개, 5개 표 한꺼번에 산 사람들의 메리트도 존중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관계자한테 따지는 얘기였겠지만 바로 옆에서 다 듣고있는데 마치 들으라는 듯 기회를 낚아챈 도둑놈 취급하면서 관계자한테 내내 떠벌이는거 상당히 불편했다는. 계속 듣고있다가는 성격상 못참고 괜한 분란 일으킬 것 같아서 이어폰 꽂아버렸다. 내 참. 내 돈내고 정당하게 내 표 찾아서 공연보면서 왜 그런데서 기분이 상해야 하는거야. 별 사람들 다 있다.






2. 불후의 명곡.


나는 낙첨했지만 지인찬스로 입장. 효도하겠습니다 R언니 ㅠㅠ


찔레꽃 무대에 너무나 감탄하고 또 만족해서 이번 경연 무대에대한 기대감도 엄청나게 높았더랬다. 뭐 원체 스스로 딕펑스의 음악이나 무대에 대한 잣대가 높은 것도 사실이고. 이런 저런 상세한 상황에 대해서는 미리 적었다가는 스포일러가 될테니 메모만 살짝 해놓고 나중에 제대로 된 후기를 써야지. 싶긴 하네.


하나 확실히 얘기하자면, 이네들에게 기회가 자주 주어지면 좋겠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즐겁고 흥겨운 퍼포먼스가 위주가 되는 팀인 것은 사실이지만 한가지 면에서 조명받으며 색깔이 규정지어지는 것은 절대 원치 않는다. 그들의 연주력과 음악적 감각, 탁월한 보컬 소화능력은 그저 팬들만 알고 넘어가기에는 아깝고도 아깝다. 인지도를 위해 최대한 자주 나와주었으면,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그런 다양한 그들의 매력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도 단발성 출연으로 그치지는 않기를 간절히, 매우 간절히 바란다.


냉정한 마음으로 바라보자면 난 솔직히 이번 경연 무대에 대해서는 별 5개 만점에 세개 반쯤.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아이디어는 정말 최고였달까 -_-b

첨에 보고는 에잉? 했지만 나중에 설명을 듣고는 무릎을 탁 쳤다.


한참 기다려야겠지만 방송을 고대해야지.


+ 그나저나 김종서씨는 지난주에 뭘했길래....... 그게 제일 궁금하네;;


+ 보고있자니 중간중간 끌려나가는 언니들 제법 있더라. 방송에서는 아예 카메라 접기로 맘먹은지 1년... 참 잘한 일 가트다;; 내가 범죄자도 아니고 남의 손에 잡힐까봐 전전긍긍해가면서까지 그러고 다니고 싶지는 않아 ㅋㅋㅋㅋ 그런면에서 아예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방송국에서 카메라 놀릴 수 있었던 탑밴드 시즌2 탑블로거질은 정말 잘하고도 잘한일이다. 그런 경험을 또 어디가서 해보겠어 ㅎ 뭐 좀 힘들긴 했지만 -_- 언제 그시절 겪었던 일들을 일람처럼 쭉 정리해볼까.... 크헛;


+ 담번 출연때는 당첨될 수 있을까. 근데 직접 가서 보고오니 그냥 집에서 티비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내가 원체 피곤해서 그랬지 싶지만서도 ㅋㅋㅋ


+ MC 딩동 최고더만. 마지막에 무대에 올라가서 서로 엉덩이 움켜쥐고 사진찍은 남자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옆자리였는데, 그 분한테는 선물 못드렸다면서 나중에 끝나고 따로 관계자 보내서 스케치북에 초대하고싶다고 말을 전하더라. 예의바르고 진행도 재치있고 센스있고. 언젠간 방송 뒤에서만 서있지 않고 빛볼 날이 오겠지 저 분도.


+ ...다 좋은데, 무대 올라가서 땡깡부리지 말자. 아 진짜 중간에 아주머니 한 분 너무 짜증나서 이어폰 꽂아버리...... 졸지에 연달아 현실도피 수단이 되어버렸군 음악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