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토요일에 공연을 다녀오고, 일요일에 가족들과 함께 제주에 오고, 이제 여행 이틀째를 지나 내일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여기서 보내고 모레 서울로 돌아가.. 또다시 치열한 일상으로 복귀한다. 이 환상의 흐름이라니. 


2. 사실 공연을 마치고 제대로 후기 한자락 남겨보아야지 했으나 시간도 이래저래 흘러 좀 손이 쑥스럽게 되기도 하였고, 증폭되었던 감정이 조금 누그러져서 담담해지기도 했다. 그래도 기운내어 남겨보세 ㅎㅎ


3. 생각해보니 딕펑스 공연에 "찍을 수 있는 무언가"를 가져가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치만 뭐 몸 비우고 미친듯이 뛰놀았던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입장할때야 손떨리면 어떻게 하지 마구 걱정을 하였으나 막상 들어가고 보니 어디에서 놀면 잘 놀아지려나 궁리가 다 되더라. 결국 제법 앞번호였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보아 이리저리 헤매다가 맨 뒤쪽으로 빠져서 놀면서 구경. 매우 굿초이스였다고 생각. ㅋㅋ


4. 그러고보면 "찍지 않는 나"는 그다지 앞자리에 집착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현존 내 최고의 밴드 뮤즈 내한때도 형님들한테 휩쓸려 죽기 싫다고 뒤쪽 좌석을 집어서 그 위에서 미친듯이 머리풀고 놀기 시전.... 목청껏 노래 따라부르기 작렬.... 했었지. 뭐 기타 "찍지 않고 애초에 카메라 버리고 노는" 다른 밴드들 모두 포함.


5. 사실 그런거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공연장에 가서도 늘 구석에 있거나 뒤쪽에 시야 확보되는 자리 봐서 처박혀있다가 공연 끝나면 도망쳐 나오는 것도, 그다지 공연하는 입장에서는 나같은 관객이 좋지만은 않을 것 같아서. 나름 카메라 자리를 잡으면 그 자세에서 꽤 뛰고 흔들고 놀면서 보긴 하는데 아무래도 머리풀고 호응해가면서 노는 관객들 가운데에 시선을 다르게 하는 관객이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모 밴드 멤버가 나에게 그랬었다. 매번 고맙고 미안하다고. 왜 미안하냐고 했더니 "그러고 있으면 놀고싶은 만큼 못놀지 않느냐"고 하더라. 그 말은 진짜 진심으로 한 말이었지만, 나는 그게 역으로 내 "불량한" 관객으로서의 태도를 역설하는 것만 같아서 더더욱 미안하고 송구했었다..


6. 그러면 안찍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 또한 본성에 근거한 바라 쉽지가 않다. 어릴때부터 수집과 기록에 다소 집착하는 편집증적인 면이 있어서 키워온게 사진찍는 취미였다. 내가 스스로 셔터질을 할 수 있게 된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내 일상은 빼곡하게 사진으로 모두 기록이 되어있고 정리가 되어있다. 유구한 빠순질의 세월동안 놓지 않았던 것 또한 VHS 녹화테입부터 다운로드 받은 목록으로 가득찬 외장하드까지 동영상 수집으로 일관되었고.... 심지어 야구를 보면서도 야구장에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느라 기종을 점점 업그레이드한 덕에 DSLR까지 진출하게 되었으니 말 다했지. 놀랍지는 않으나, 이 세계에 들어와서 다소 갈등에 빠지게 된 것이 이 취미가 되어버린지라 이런 기로에 서면 참 착잡하기도 하고 미안해지기도 하고 그런다.


7. 그렇게 싫었으면 걍 대놓고 말을 하지 그랬어. 느네 입으로 직접 말한건 이게 처음이라서 쫌 민망했다 얘네들아 ㅎㅎㅎㅎ 


8. 인간인지라 욕망을 거스르기가 힘들어 "목에 칼이들어와도" 따위의 수식을 붙이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이런 단독콘서트 자리에서는 카메라 들이대는 일은 되도록 자제하도록 하겠다. 딴건 몰라도 당사자들이 싫다는 짓은 나도 하기 싫으니께. 나도 나름 "팬"이란거다 ㅋㅋㅋㅋㅋ


9. ......그니까 뭐 행사 및 기타등등 가용범위(?) 안에서는 내 취미생활을 좀 더 적극적으로 영위해보도록 할... 쿠...쿨럭;;; 이런 나라 미안해 ㅠㅠㅠㅠㅠ


10. 공연은 말할게 뭐 있나. 너무 좋았다. 너무너무너무나도 좋았다. 애초에 머리풀고 미친듯이 뛰어놀면서 이 세계에 뛰어든 몸이다. 정말 몸을 땀으로 푹 절여 나올정도로 신나게, 몸을 흔들고 소리질러 환호하고 팔을 휘저으며 놀았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법석을 떨며 난리를 친 모든 시간을 또 다른 기록으로 남기고, 눈에 새기고 귀로 새기고 마음에 새긴 그들의 모습을 오래오래 간직해야지.


11. 근데 그 사진찍는사람 뽑아내는 퍼포는 너무 어설펐어. 일단 일회용 카메라에서 딱 감을 잡았고.... 그 때부터 역으로 생각해보니 김태현 주의력으로 그 구석에서 사진찍는 사람을 발견해낼 수 있을리가 절대 만무하단 말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안해도 안찍어! 안찍는다고!!! 나 혼자 뒤에서 막 절규함 ㅎㅎㅎㅎㅎ


12. 샤이니 퍼포먼스는.... 예전 스윗소로우 공연에서 이오빠들이 원더걸스 코스프레했을 때만큼 기겁함. (그치만 그것보단 덜 충격적임 ㅎㅎㅎㅎㅎ)


13. 오래오래 서로 다독다독 해가며... 얼굴 기억해주는 건 바라지 않아. 그냥 그 자리에서 꾸준히 달려나가며 길 잃지 않는 너희들 모습이면 되는거야. 그 마음이면 충분해. 그러니, 무한히 감사.


14. 끊임없는 앵콜 연호에 화답하여 무대에 나와준 그 따뜻한 마음도 변하지 않고 오래오래 이어지길. 변할 것 같지 않아서 더 사랑스럽긴 하다만 ㅋㅋㅋㅋㅋ


15. 아 정말 오래도록 남을 공연이 될 것 같다. 생각나는대로 후기 추가해야겠고나 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 끝은 나중에 맺는걸로.. (킁킁)




by 노리. 2013.12.30 22:51
  • 2013.12.31 14:48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노리. 2013.12.31 19:57 신고 EDIT/DEL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입장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전 기본은 공연장에서는 즐기고 뛰는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아티스트의 의견은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뭐 그 자체도 나름의 문제니까... 입장의 차이가 맞는 것 같아요 ㅋㅋㅋ 전 즐겁게 보고 왔으니 됐다고 봅니다! ㅋㅋㅋ
      늘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해요! 내년에도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복 많이 받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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