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루종일 음악을 듣거나 관련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책도 읽기도 하고 심심하면 무언가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나른하고 좋긴 한데... 이제 슬슬 움직여야 될 때라는 걸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제 슬슬, 꿈틀거려볼까. 생산을 해야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니 슬프긴 하지만 뭐 그게 진리이기도 하니까. ㅎㅎ
2. 음악에 서열이 있다고도 생각 안하고, 쇼를 하는 아이돌이 저급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어릴때부터, 말하자면 서태지와 아이들- 혹은 그 이전부터 가요를 듣고 즐기면서도 팝송이 아니면 음악취급을 하지 않는 언니네들을 따라 이런 저런 음악을 접하면서 워낙 잡탕으로 음악을 들었기 때문에 뭔가 급을 나누겠다는 맘을 먹는 자체가 나 자신을 분열시키는 것과 같은 일이다. 왜 아니겠는가. 응칠이세대였던 나는 학교 교실에서 VHS에 녹화된 테입을 틀어놓고 에쵸티를 보느라 반 남자애들한테 욕을 다라이로 퍼 잡수시면서도 종종 프레디머큐리 추모공연 실황이나 건즈앤로지즈 도쿄돔 라이브 따위를 보면서 침흘리곤 하던 묘한 취향의 여자애였는걸. 단지 엔딩에 나오는 라디오 헤드의 Exit Music을 듣기 위해 디카프리오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기십번은 돌려본 것도 나고, 조퇴해서 집에 일찍 들어와 에쵸티의 2집 컴백이었던 충전 100% 쇼를 녹화하면서 꺄꺄 거리던 것도 나니까. 말하자면- "니들이 인디를 알아?" 혹은, "Rock이 아니면 음악이 아니야!"와 같은 인생에 한톨 도움 안되는 소리나 씹어대는 종자는 아니라는 얘기다.
(아직도 선하다. 잠실 교보 핫트랙스에서 스매싱 펌킨스 신보와 데미안 라이스 신보를 집어들어 계산대에 가서 슈퍼주니어 이달의 사진 언제 출시되냐고 물어볼 때 그 매대 언니의 표정이.... 뭐, 세상에는 이런 애도 존재하는 거 아니겠어요? 흠흠)
3.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에는, 단순하게 수익화된 매체를 팔아먹으면서 사전에 허락도 구하지 않은 음원을 썼다고? 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지했을 법한 내용으로 받아들이고 화르르 타올랐었다. 하지만 차근차근 사태에 대해 파악하고 나니 이건 뭐, 어이가 없는게라.
- 월드컵 응원 무대를 꾸미려는데 엠넷 측에서 필살 오프사이드를 해달라는 주문을 받았고, 역량에 부쳐서 못하겠다고 제작진에게 전달했다.
- 제작진은 우리가 알아서 반주 마련해줄테니 니들은 무대에만 올라가라고 했다. 신인이라 어쩔 수 없어 그냥 올라가서 하라는대로 했다.
- 그 공연 실황이 추후 DVD로 제작되어 일본에 판매되었고, 이후 대만에서 판매되려는 시점에 역으로 대만측에서 크라잉넛에 저작권이 해결된거냐고 문의를 해왔다.
- 영상 제작, DVD출시, 해외 판매 등은 모두 엠넷측에서 진행해서 이루어진 것이고 수익 또한 엠넷에서 취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엠넷과 모든 사항에 대해 법적으로 해결이 된 상태이며 손해 배상도 완료 되었다.
- 다만, 크라잉넛 측은 무단으로 음원을 사용해 (심지어 AR..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공연을 한 것에 대해서 관련 권리 침해에 대해 공연 당사자들에 책임을 묻겠다.
라는 것이 일련의 사태와 그에 대한 정리. 내가 맞게 이해한것이라면 말이지.
그런데 여기서 내가 화가 난 것은- 법적인 문제에 있는 것이 아니다. 법적으로 걸린 건 법이 해결을 해 주겠지.
4. 일본 내보내서 클럽공연 돌면서 내공을 다졌다며. 기존의 아이돌 밴드들하고는 다르게, 진정성 있는 음악을 하고싶다며. 그러면 자기 무대에 대한 자부심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게 그냥 그 기획사 사장의 욕심일 뿐 그들의 의지와는 별개라면 할말은 없다. 막말로, 워낙 정신없는 상황이었고 방송사에 대해 자신들이 약자여서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이제와 얘기일지라도 대선배인 크라잉넛의 음원을, 그것도 악기 연주만 있는 MR도 아닌 AR로 버젓이 무대에 올라놓고 우리가 책임질 일 아니니까 저쪽가서 물어보세요, 할 일은 아니라는 얘기지. 이거, 충분히 죄송할 일 맞거든. 20년 가까이 무대 지키면서 멤버교체 한 번 없이 전설이 되어가고 있는 펑크밴드가 고작 제 앨범 녹음할 능력도 안되는 애기들 반주 음원이나 만들려고 음악해온거 아니거든.
......문제의 영상이라고 올라온 걸 보는데, 윤식이형님 목소리가 코러스처럼 깔리는걸 듣자니 뒷목에 소름이. 음악을 하고 싶었다면,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다면 이제와 알았더라도 그게 견딜수 없이 창피하고 미안해야 맞는거라고 보는데, 어른들 싸움에 끼어서 입장이 어떻다고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아닌 건 아닌거다. 이미 그들은 아티스트이기를 스스로 포기했다.
5. 지난 와이낫 사건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우리는 몰랐다-라면서 누군가의 등뒤에 숨는걸 보니 정말 이건 아니지 싶구나. 그래 이용해먹으려는 어른들이 잘못이지 애들이 무슨 죄냐 그래도 니들은 열심히 살려고 하는구나 호감가지고 지켜보던 와중에 이번엔 정말이지 빡쳐서 가지고 있던 음원 한꺼번에 삭제하고 손 털었다. 꼬우면 안들으면 되는거지 뭐. 쳇.
6. 그리고 워낙 자극적인 타이틀이 오가는 와중인데다가 시작하자마자 납작 엎드려서 빈 덕에 살짝 비껴나가긴 했는데, 엠넷 당신들 말이지. 음악방송이라는 타이틀부터 좀 떼는게 어떨까. 아무리 쇼를 위주로 한다지만, 적어도 음악에 대한 경외감이라는게 있는 이들이라면 그런 짓 하면 안되지. 어디 어린애들 무대에 올리면서 니들은 우리가 하라는대로 해,라는 말에 덮어서 멀쩡한 밴드 음원을 틀어놓고 허수아비를 세우나. 스쿨밴드도 그렇게는 공연 안한다. 왜? 뮤즈 음원 틀어놓고 핸드싱크시키지. 하는김에 세계적인 아티스트면 더 좋잖아?? 어이가 없어서 -_-
7. 정리하자. 이미지를 위해서 "음악"을 앞세우지 말아라. 밴드 음악은 그런게 아니다. 제대로 할 자신이 없다면 밴드라는 말 자체를 수식어로 붙이지 말아라. 가진 재능 많으니 그쪽으로 불살라라. 무대에 올라서서 그냥 마이크 잡고 춤만 춘대도 욕하지 않는다. 단지 진정성을 가진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상처입을 짓은 하지 말아라. 시키는대로 한건데 우리가 무슨 잘못이냐며 볼멘소리 하는 것 부터가 니들이 밴드로서의 자부심을 버렸다는 것을 역으로 증명하는 행동임을 언젠가는 깨닫게 되겠지.
8. 아 몰라. 다른 사람도 아니고 크라잉넛이라 더더욱 열받은 듯. 다른 팀도 아니고 크라잉넛.
9. 와중에 늘어선 공연들이 잔뜩. 단공만 세개다. 톡식, 벤폴즈 파이브, 쏜애플.... 3월은 아직 미정이지만 뭐, 어련할까. 그나저나 덕분에 3월 너트쇼 완전 달리게 생겼어 ㅎㅎㅎㅎㅎ 애초에 작정하고 달릴 예정으로 그 날은 머리풀고 갈거야 두근두근 *_* 하고 있었는데 뭐, 그냥도 난리가 나겠고만 ㅎ 그 전에 공연 한 번 더 안잡히나... 지난번 너트쇼 못갔더니 한이 되었어요...
10. 큰 일이 산재해있다. 너무 늘어지지말고 슬슬 꿈틀거립시다. 일단 좀 씻고요? *_*
'이야기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이겼다.. 으핫핫 (4) | 2013.02.26 |
---|---|
하악하악 (12) | 2013.02.23 |
오랜만에.... (2) | 2013.02.08 |
2012년 7월 7일. 극강 빠순데이... (0) | 2013.02.03 |
이번주 일정 (0) | 2013.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