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일기

쓰잘데없는 덕후 한마리의 넋두리

노리. 2013. 12. 9. 09:41

월요일인데 비가 온다. 어마 이렇게 별로인 일이;


주말간 오랜만에 집에 다녀왔다. 뭐 그리 오랜만은 아닐지는 모르지만 심리적으로는 매우 오랜만이니 그런 셈 쳐두자. 실제로 공연장에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한 후로는 주말에 시간내기가 어려워서 정말정말 이번에 가지 않으면 호적 파일 것 같은 시점이 되어야 기어내려갔으니 부모님이 뭔가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게 될만도 하다. 그 건 반성.... 뭐, 좋은시간 보내고 왔으니 그걸로 되지 않았나 싶다.


사실 일요일 바다비 생일공연에 가려고 했는데, 그 건 집에 다녀온거랑은 무관한 스케줄이었다. 아무리 공연 없어도 그 시간에는 서울에 있어야 하는 시점이니까. 혹시나 싶어서 응모해둔 사인회에 당첨이 되었다고 알려준건 음반사 이전에 지인이었고, 곧이어 당첨이 되었으니 어디어디로 오라는 공지도 문자로 같이 왔다. 기쁘기는 했지만, 참 오묘한 기분이 되더군. ㅎㅎ 예매 댓글은 달아놓고 까먹고 입금을 안해서 입장 번호도 못받은 덕에 이를 어째야하나 했는데 뭐, 이러려고 그랬나 싶고?? (하아 이사킥..)


사인회에 가는 이유는 딱 하나다. 앨범에 사인을 받고 싶어서. 웬만하면 아티스트에게 직접 사인을 받고 싶은 마음은 굴뚝과도 같아서 가급적이면 저주받은 숫기를 무릅쓰고 꼭꼭 기회 생기는대로 아티스트 당사자의 사인을 받곤 하는데 하물며 제일 좋아한다는 밴드 앨범에 직접 사인받는 기회를 놓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지난번 비바때는 두 번 응모해서 한 번 당첨이 되어 다녀오고 그 후로 손털었는데, 이번에는 처음에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또 응모를 해버리고야 말았다. 뭐 사실 그 이유도 간단하다. 사인을 제대로 못받아서다. ㅎㅎ


너무 앞에서 사인을 받다보니 서로서로 정신이 없어서 맨 앞장에 사인을 몰아 받았는데, 다 좋다 이거다. 김현우 김태현 to.이름 안써주심...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아서 아예 속지에 각자 자기 곡에다가 그냥 제대로 받아버리기로 맘먹고 지른건데 되었으니 다행이지. 그리하여, 혹시몰라 챙긴 카메라와 엄마가 집에서 싸준 김장김치와 사과와 밑반찬 등을 캐리어에 잔뜩 때려넣고 서울이 아닌 인천으로 향했더랬다...


사인회 테이블과 대기좌석간의 거리도 너무 멀기도 하고, 공연하지 않는 아이들을 마주보고 앉아있는 건 참 익숙하지 않고 익숙해지지도 않는 일이라 사진을 좀 찍다가 말다가 하며 시간을 그럭저럭 보냈다. 그리고 정작 차례가 되어 앞에 나가 눈을 보고 이야기 하고 일일이 악수하고 말도 건네고....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사인도 다 받고 지인이 내준 미션(!)도 일부(!!)클리어하고 돌아와 앉았는데 참 허무하고, 급 집에 가고싶어지더라. 그런 맘이 들자마자 내맘 허하지 말라고 사진을 미친듯이 찍기 시작했는데 뭐 그마저도 여의치 않긴 했지만 말이지 ㅎㅎ


명백히, 내가 좋아하는 건 무대 위의 그들이다. 그리고 어제의 자리도 그 연장선에서 팬들에게 서비스를 하는 곳이었으니 엄밀히 말하면 무대위의 그들을 직접 가까이 만나고 돌아온건데, 참 내 성미에는 맞지가 않는 일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달까. 차라리 일을 하면서 스탭의 한명으로 마주쳐서 사무적으로 이런저런 말을 건네고 했다면 그거야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웠겠지만 ㅎㅎㅎㅎ 아... 참 어려운 문제야. 어려운 성질머리야;;


그래도 이번이 세번째라고 ㅎㅎ 제법 말도 하고 여태 사인회 참석한 중에는 제일 무난하게 지나쳐 왔지만, 그리고 앨범을 내고 사인회를 할 때마다 사인을 받기 위해 응모를 마다하지 않을 것 같지만, 나란 인간은 할 때마다 매번 이렇게 힘들어하고 내적갈등을 겪을 것 같다. 진짜 J언니 말마따나 아무짝에 쓸모없는 그지같은 성향같으니 ㅎㅎㅎㅎ 이러려면 덕질을 하지 말든가??? 랄까. 타고나길 음지의 덕후다. 아 정말 어둡고 퀴퀴해서 못살겠다능 ㅎㅎㅎㅎㅎ


어제 자려고 집을 정리하다가 라디오를 켰는데, 푸른밤에서 얼마전에 했던 이리까페 공개방송 준비하던 음성을 들려줘서 깜짝 놀랐다.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가 두런두런 얘기를 하는데 그게 재흥이 목소리더라. 가까이서 눈을 보고 하는 이런 어쿠스틱 공연 좋다며 조곤조곤 얘기하는 태현이의 음성도 좋고. 그 뒤에서 피아노를 현란하게 두드리며 몸을 푸는 현우도 왠지 머릿속에 그려지고. 까혼 소리를 들으며 가람이는 드럼 안가져가고 또 까혼 챙겼구나 상상도 하고.... 애초에 연예인으로 접했다면 이런것들이 덜 아쉬웠을까나. 어차피 그날 10시까지 야근하느라 회사에 매여있어서 가기도 여의치 않을 상황이었을 것을 왜 애초에 알지도 못하고 응모도 안했던가 자책하다가 스스로를 한심해하며 잠들었다. 아오 그니까.... 이런 집착도 싫다고 ㅎㅎㅎㅎㅎㅎ 


덜어내고 즐기자. 뭐 다 즐겁자고 하는 일인데 스트레스가 되면 쓰나 ㅋ

지난 앨범 사인회때 따로 사인받은 내 사진들은 액자로 만들어 방에 걸어두었다. 이힛.

그리고 이번 앨범은 사인 받은 씨디가 두 장이 되었다. 기념으로 두고두고 남기며 즐기자.


그나저나 정말 공연으로 즐기던 애들인데 공연을 흔하게 볼 수가 없으니 답답하구나. 

예전에 2주간 클럽공연 없다가 3주만에 올라왔을때 진짜 무대 밑에서 목놓아 공연 좀 하라고 소심하게 울부짖었는데 이건 뭐...;;; ㅎㅎ;;

그니까 연말 공연은 맨몸으로 가서 아조 제대로 머리풀고 뛰놀아야지. 나 크라잉넛, 레이지본, 갤럭시 익스프레스, 칵스 무대 보며 놀던여자야 음하하!!!!! (칵스 보고싶다ㅠ)

부서 행사때문에 양도했던 이번주 크라잉넛 어쿠스틱 콘서트도 극적으로 참석할 수 있게 되었고, 

다음주에는 간만에 진짜 좋아하는 뮤지컬 작품을 다시 보러 간다.

22일에는 와이낫과 악퉁의 합동 공연이 있고 그 사이사이에도 이런저런 공연들을 즐길테고....

비록 내 겨울을 꽉 메워주던 농구와 배구를 저버려서 이렇게 허전하기 짝이 없는 마음일지라도;;;; 나를 채울 수 있는 것은 무한히 많다.

딕펑스도 그중의 하나. 아주 큰 한 덩어리. ㅎㅎㅎㅎㅎ 그런데 뭐, 뭐가 문제겠어!!


그러니 긍정의 힘으로 빠샤!











......하아, 오늘 내로 BI가 나와야 디자인사의 폭동을 막을 수 있을텐데, 큰일이군 -_- (급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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